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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은 원래 분권이다. 본문

조유진소장칼럼

헌법은 원래 분권이다.

조유진 소장 2017. 11. 13. 10:26

세계최초의 성문헌법인 미합중국헌법은 삼권분립으로 수평적 분권을, 연방제로 수직적 분권을 지향했다.

분권은 권력기관 상호간의 견제와 균형을 통해 부정부패를 예방하고 국가기능의 효율성을 달성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헌법은 바로 이러한 분권의 원리 위에 만들어졌다.

오늘날 대부분 나라의 헌법은 이같은 분권 이념을 수용하고 있으며 선진국일수록 수평적 분권과 수직적 분권이 고도로 발달되어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선진국이기 때문에 분권을 한 것이 아니라 분권을 통해 선진국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분권의 양대 축 가운데 수평적 분권만을 분권의 전부인 양 잘못 알고 있다. 수직적 분권인 지방분권은 1948년 정부수립 이후 지금까지 근본적인 변화 없이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우리는 흔히 제왕적 대통령제(imperial presidency)가 문제라고 이야기하면서 중앙권력의 분립, 즉 수평적 분권에 대해서만 관심을 기울인다. 정치권도 예외는 아니다. 대통령제냐, 의원내각제냐, 또는 분권형 대통령제(이원정부제)냐만을 놓고 갑론을박 중이다.

그러나 지방분권만 제대로 되어도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는 상당 부분 극복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입법, 재정, 조직에 대한 권한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경우 중앙권력에 의한 국정농단은 더 이상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지방분권은 지방만의 일이 아니다. 지방분권은 지방은 물론 중앙정부의 개혁까지 전제하고 있다. 지방과 중앙이 모두 혁신을 통해 각자 맡은 일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국가경영의 큰 틀이 완성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중앙집권 체제는 지방에 대한 일방적인 명령과 지휘에 의존했다. 지방분권은 중앙과 지방이 대등한 관계에서 보다 생산적이고 활발한 상호협력과 피드백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더 큰 상승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중앙집권은 국민을 동원하는 체제이다. 국민이 주권자가 아닌 동원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는 헌법의 국민주권 원리에도 맞지 않다. 지방분권을 통해 국민이 자발적으로 공적 의사결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게 함으로써 국가적 역량을 결집하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의 정상적인 작동 방식이다.  


이 글은 처음헌법연구소장 조유진의 2017.11.22. 뉴스1전북-르몽드디플로마티크 토론 자료 중 일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