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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바꾼 헌재판결] 2013년 모욕죄 합헌 결정<조유진 처음헌법연구소장 기고>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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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권 중 가장 민주주의적인 권리가 표현의 자유이며,
진정한 민주사회만이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완전히 보장할 수 있습니다.”
- 프랭크 라 뤼(UN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듣보잡’이 모욕? “「형법」이 표현의 자유 침해한다” 헌법소원
2009년, 진보논객으로 유명한 J 교수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놈’이란 뜻의 ‘듣보잡’이라는 인터넷 속어를 인터넷신문사 B 대표를 지칭해 사용하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블로그 등에 올렸다가 모욕죄로 기소되었다.
우리 「형법」 제311조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312조 제1항에서 “본 죄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하여 모욕죄를 친고죄로 하고 있다.
모욕은 일반적으로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사람에 대하여 경멸의 의사를 표시하는 것을 말하며,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도 그것이 구체적 사실이 아닌 때에는 모욕죄에 해당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다(대법원1989.3.14. 88도1397).
이 사건의 1심과 2심 재판부는 모두 “경멸적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하여 모욕죄가 성립된다”며 유죄를 판결했고, 대법원도 2011년 12월, 3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J 교수는 이에 불복해 “해당 법조항은 명확성 원칙에 위반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규정”이라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헌법소원을 냈다.
하지만 2013년, 헌법재판소도 재판관 5(합헌) 대 3(위헌)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린다 (2013.6.27. 2012헌바37 전원재판부 결정). 헌재의 판결이 나오자 인터넷상에서 무분별한 혐오표현이나 모욕행위가 자제될 수 있다는 긍정 여론도 있었으나, 개인들의 자유로운 비판 활동까지 모욕죄로 처벌될 수 있다는 반대여론도 있었다.
당시 헌법재판소도 다수의 합헌 의견 속에서 3명의 재판관은 모욕죄의 처벌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는 등을 이유로 위헌 의견을 낸 바 있다. 재판관 다수의 의견에 따라 합헌 결정이 내려졌지만, 오늘의 소수의견이 내일의 다수의견이 되는 경우가 있고,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혐오표현에 대한 규제와 관련해 논란도 커지고 있는 만큼 이 사건에 대한 소수의견도 충분히 경청해 볼 만한
의미가 있다 할 것이다.
「형법」 상 ‘모욕죄’, 헌재 합헌 결정의 이유는?
먼저 다수의 법관이 합헌 결정을 내린 이유부터 살펴보자. 다수의견이 모욕죄의 위헌성을 판단할 때 초점을 둔 것은 두 가지다. 첫째는 모욕죄의 구성요건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둘째는 모욕죄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1. 건전한 상식인은 무엇이 모욕인지 예측할 수 있다.
2. 명예권 보호를 위한 표현의 자유 제한이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사건에서 박한철·김이수·강일원 3인의 재판관은 법리적인 검토뿐 아니라 모욕죄의 역사적 유래, 최근 세계 각국의 입법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위헌 의견을 내렸다.
1. 타인에 대한 비판이나 풍자·해학도 ‘모욕’에 해당될 수 있다.
2. 처벌하는 모욕의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3. 사이버 상의 모욕 표현은 삭제할 수도 있는데, 형사처벌까지 해야 할까?
4. 외국은 증오·폭력선동 표현 외의 모욕표현은 처벌하지 않는 추세다.
모욕죄 유발하는 사회구조 개선이 근본적 대책
2012년 『검찰연감』에 의하면 모욕죄 사건이 2000년에는 1,858건이 접수되어 그중 532명이 기소되었고, 2011년에는 11,839건이 접수되어 그 중 6,260명이 기소된 걸로 나타났다. 11년 만에 모욕죄로 기소되는 인원이 10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어쩌다가 우리 사회가 이렇게 서로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받는 사회가 되었을까.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면서 살기가 점점 각박해짐에 따라 사람들이 사회에 대한 불만과 소외로 인해 상처받게 된 때문이 아닐까.
이런 상황에서 작은 무례와 멸시에 대해 형벌로 처벌하는 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위의 통계를 통해 알 수 있다. 우리나라가 모욕죄를 징역형의 처벌로까지 다스리는 보기 드문 나라임에도 모욕죄 건수는 폭증하고 있다.
모욕죄나 혐오범죄의 문제는 형사처벌 등 법적 제재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 혐오감을 조장하는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푸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소통단절, 개인의 원자화, 경쟁과열로 몰린 사람들이 끊임없이 분노와 증오심을 키우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와있다.
우리나라가 가입한 국제인권조약인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 의한 기관인 ‘인권이사회’는 사실적 주장이 아닌 단순한 견해표명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울 수 없다면서 회원국들이 명예에 관한 죄를 ‘비범죄화’할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형사처벌은 매우 심각한 경우에만 적용해야 하고, 특히 징역형은 어떠한 경우에도 적절한 형벌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의견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유엔 특별보고관은 한국의 명예에 관한 죄가 표현의 자유에 대하여 지나친 위축효과를 가져온다면서, 「민법」 상 명예훼손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소송이 가능하므로 형사처벌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아울러 「형법」에서 명예에 관한 죄를 삭제할 것을 권고했다. 이제 우리도 국제사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이다.
■ 글 / 조유진 처음헌법연구소장
[출처] [대한민국을 바꾼 헌재판결] 2013년 모욕죄 합헌 결정|작성자 대한법무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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