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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난초 배지로 청렴문화 퍼뜨립시다”..김영란법 배지 만든 조유진씨<국회온,10월 5일>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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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난초 배지로 청렴문화 퍼뜨립시다”..김영란법 배지 만든 조유진씨<국회온,10월 5일>

조유진 소장 2016. 10. 6. 08:03

처음헌법연구소 조유진 소장

처음헌법연구소 조유진 소장

 

“실제로 사람들의 행동양식과 생활방식, 문화를 구체적으로 바꾼 법은 김영란법이 처음이 아닌가 싶어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1주일이 지났다. 적용대상기관 40,919개, 공무원과 언론인, 교직원 등 직접 당사자만 400만 명이고 거의 모든 국민이 관련된다는 이 법은 우리 사회의 사교 접대 문화에 혁명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김영란법 위반행위 신고를 통해 포상금을 노리는 ‘란파라치’라는 신종 업종이 생겨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청탁금지법 배지, 이른바 ‘김영란법 배지’를 제작해 사회 전반에 청렴문화를 퍼뜨리자는 신선한 시도가 있다.

 

여의도에 사무실을 둔 ‘처음헌법연구소’ 조유진 소장을 10월 5일(수) 만났다.

 

조 소장은 지난 9월 1일 특허청에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배지 도안을 디자인 등록 출원해 접수 완료했다. 청렴을 상징하는 난초와 난꽃을 모티브로 청탁금지법 준수에 대한 인식 확산에 기여하려는 취지였다.

 

“김영란법이 작년부터 얘기가 됐잖아요. 이 법이 성매매특별법처럼 사문화될 거라는 인식이 여의도 바닥의 전반적 분위기였어요. 이게 지켜질 수 있겠나. 그런데 법 시행이 가까워오면서 실제로 사람들이 이 법을 많이 의식하고 기존 행태들이 변화해야 된다 인식을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사문화된 법이 아니라 살아있는 법이 될 수 있겠구나. 그렇게 하려면 뭔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의식하게 하는 계기가 있어야겠다 생각했죠.”

 

처음엔 배지 생각은 안했다. '파파라치도 나오지 않을까?' '김영란법 해설서가 필요하겠다' 생각은 했단다. 모 지방의회 의원들이 순금이 들어간 몇 십만 원짜리 배지를 단다는 뉴스를 보다가 김영란 배지를 생각하게 된 것.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이름이 꽃부리 영(英)에 난초 난(蘭)이잖아요. 난초를 모티브로 만들면 되겠다 생각했죠.”

 

김영란법 배지 

 

김영란법 배지

 

도안도 조 소장이 직접 했다. 포토샵도 아닌 윈도우 그림판을 이용해 마우스로 그린 것.


“중학교 때 서예를 배웠는데 선생님이 난초 잎이 겹칠 때 공간이 눈이래요.”


난초 도안에는 눈이 세 개 있다. ‘내’가 보고, ‘네’가 보고 ‘국민’이 본다는 뜻이다. 난초를 두껍고 힘차게 그린 것은 청렴에 대한 강인한 의지를 뜻한단다.

 

특허청에 디자인 출원을 한 것은 8월 하순이었다.


“8월 중순에 청풍명월의 고장이라는 제천의 송계 계곡으로 여름휴가를 갔어요.” 물이 깨끗하면 고기가 없다는 말이 있는데, 휴가 끝나던 날 통발을 꺼냈더니 고기가 많이 잡혔더란다.
깨끗한 물에서도 고기가 잡히는 것을 보고 김영란 배지를 만들 결심을 굳혔다는 것.

 

배지 디자인 등록도 변리사를 쓰지 않고 직접 했다.


“변리사를 통하면 비용이 30만 원 쯤 드는데 전자 출원으로 직접 하니까 수수료 2만 8천 원만 들더라고요.”

 

최초 물량은 100개를 만들었다. 소재는 황동에 24KGP 도금. 직경 19mm, 두께 1.9mm다.


배지 본체는 지난 주 나왔지만 옷에 꽂는 장식과 케이스가 늦게 제작돼 전체가 인터뷰 당일에야 완성됐다. 

 

가격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 시판도 시판이지만 캠페인이 우선 목적이다.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등 4부 요인들에게 내일이라도 보내려 합니다.”

 

김영란 배지를 만든 취지와 이를 통해 깨끗한 대한민국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힘써달라는 메시지를 첨부할 계획이다. 이후 감사원장, 국세청장, 검찰총장 등과 여야 정당대표,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교육감들에게도 보낼 생각이란다.

 

조유진 소장은 김영란법 배지를 대통령 등 4부요인에게 보낼 예정이다. 

 

조유진 소장은 김영란법 배지를 대통령 등 4부요인에게 보낼 예정이다.

 

김영란법 배지의 효과에 대해 물었다.

 

“의외로 효과가 있을 것 같아요. 실제로 중소기업들까지 다 교육을 하고 일단은 사람들이 의식을 하기 시작했다는 거죠.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어떤 법을 하나 만들어서 이렇게 사람들에게 많은 파급 효과를 주고 일상생활 속에서 자기의 행동, 생활방식, 문화에 구체적 변화를 가져온 법이 몇 없을 것 같거든요.”

 

사문화될 거라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실제로 대한민국 모든 분야를 깨끗하게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다.

 

국회의원 보좌진들이 이 배지를 달고 일했으면 좋겠다는 희망도 드러냈다.


“일반 공무원들은 규정을 핑계대서 청탁이나 민원을 거부할 수 있지만, 국회에 오는 민원이나 청탁은 매정하게 거절할 수 없는 부분이 있잖아요. 명백한 이권 개입이나 인사청탁인데도 하는데, 보좌관들이 이 배지를 달고 있는 걸 보여주면 그런 청탁을 하기도 어려워질 것”이라며 웃었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해서는 “부패와 정실에 기대는 후진적 문화를 바꾼 정신적 지주, 스승 역할을 하신 분”이라며 “법의 명칭이 청탁금지법이지만 사람들이 ‘김영란법’이라 부를 거고 항상 우리 국민의 사표로 남아주셨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조유진 소장은 16대부터 19대 사이 국회의원 보좌관을 지냈고, 청와대 행정관, 국회정책연구위원의 이력을 가진 정치 전문가다.

 

저서인 ‘헌법사용설명서’는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됐고, ‘처음 읽는 헌법’은 같은 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기획안으로 꼽혔다.

 

정형기 선임기자 kaf2002@na.go.kr

 

http://www.naon.go.kr/content/html/2016/10/05/4fe8e052-86cd-479b-95b1-ca7241f1ab8a.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