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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2.29. 일요신문]국회 내 상원? 법안 처리 마지막 관문 법사위 해부 본문
일요신문 국회 법사위에 관한 인터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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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신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는 개별 상임위원회를 거친 법안을 심사하고 본회의로 보내는 마지막 관문이다. 하지만 여야가 법사위를 정쟁의 발판으로 삼고 있어 주요 법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법사위가 ‘국회 내 상원’이라는 비아냥을 듣게 된 이유를 살펴봤다.법사위는 제1소위원회와 제2소위원회로 나뉜다. 제1소위는 사법제도 같은 고유 정책과 형사소송법 등 법과 관련된 법을 다루며, 제2소위는 타 상임위원회에서 통과된 법안들을 다시 심사한다. 제1소위는 항상 소속 위원들 간에 이견이 많이 발생하는 편이고, 제2소위는 정당 간 이해관계가 치열하게 대립한다.
2017년 12월 5일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공운법)’이 법사위 제354회 정기회 11차 전체회의에 상정됐다. 이 법률안은 지난 10월 강원랜드를 비롯한 공공기관 채용 비리와 관련해 유죄판결을 받은 임원들의 명단을 공개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회의록에 따르면 김진태 의원(자유한국당 간사)은 “명단공개라는 것은 좀 불필요하지 않나”라며 법률안에 반대했다. 권성동 위원장은(한국당) 김 위원의 의견을 받아들여 이 법률안을 제2소위로 회부했다. 제2소위로 법률안을 보내는 것이 절차이긴 하지만, 둘 모두 공교롭게도 채용비리가 일어났던 강원도에 지역구를 두고 있었기 때문에 ‘정치적인 의도로 법안을 붙잡아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 바 있다.
전 법사위 관계자는 “문제 법안들은 제2소위에 ‘잡아둔다’고 표현하는데, 자기 지역구 또는 자기 당과 배치되면 법사위 전체 회의 때 2소위에서 논의하자고 한다”면서 “2소위는 참석 인원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한 명만 강하게 반발해도 오랜 기간 받아둘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제2소위 소속 위원들을 찾아와 ‘법안을 붙잡아 달라’고 호소하며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 유달리 제2소위에서 이런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고 덧붙였다. 전체회의에 상정된 법안을 제2소위로 넘기는 것이 당연한 절차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정치적인 이유로 악용하는 사례가 많다는 얘기다.
조유진 처음헌법연구소 대표도 ‘공운법’에 대해 “공공기관장 명예보다는 알권리가 우선이기 때문에 공익적인 면이 더 크다”면서 “(위헌의 소지가 있는) 것이 아닌 이상 제2소위로 (보내) 묵혀두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사위의 또 다른 문제점은 전체회의가 잘 열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사위 소속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재 법안들이 많이 묶여 있는데, 전체 회의가 더 많이 열릴 필요가 있다. 국회 운영의 마지막 관문인데 지금 법사위가 그 역할을 원활히 하고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정치적, 정략적 이유 외에도 복합적인 이유로 처리가 잘 안 되고 있다. 법안 처리가 효율적으로 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법사위 전체회의는 각 당의 간사들이 조율해 열리게 된다. 법사위 관계자는 “간사들끼리 합의가 잘 안 된다”고 말했지만, 정작 바른정당 간사인 오신환 의원은 “정례회 때는 오히려 제2소위를 잘 해서 전체회의가 잘 열렸다. (법사위 전체회의는 잘 열리는데) 오히려 본회의가 안 열려서…”라고 말했다.
19대 국회 때 법사위 소속이었던 한 의원도 “그 당시에는 본회의가 진행되는 도중에도 법사위가 열릴 정도였다. ‘본회의 중 법사위 열지 말자’는 규칙이 생길 정도로 법사위 전체 회의가 잦았다”며 “법사위원장과 간사 간의 합의를 통해 소위를 열고 법률안을 통과시켜야만 전체회의가 열리는데, 한쪽에서 합의를 안 해줘서 개회가 어려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한 쪽의 ‘몽니’로 민생 법안이 오랜 시간 계류된다는 것이다.
19대 국회 후반기 법사위원장이었던 이상민 민주당 의원도 “20대 때 들어서는 법사위 전체회의가 잘 안 열리는 것 같고, 법사위가 안 열려서 본회의도 안 열리는 것 같다”며 “19대 때는 그런 경우는 없었다. 의원들에 따라 전체회의를 못 열게 막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그렇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다른 상임위에서 통과된 법이 본회의로 가기 위한 관문인데, 정치적이고 정략적인 목적으로 전체회의를 열지 않으면 국민의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쟁만이 법사위 법안 교착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법사위는 19개의 상임위 가운데 가장 업무가 많은 곳으로 꼽힌다. 수천 개의 법안들이 몰려 법안의 정체, 병목현상이 많이 일어나기도 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3D 상임위’라는 말도 나온다. 조유진 대표는 “다른 상임위도 물론 바쁘겠지만, 개별 상임위를 통과한 전체 법을 다 검토하다 보니 업무량이 엄청나다”며 “몇 날 며칠 밤을 새우는 보좌관들은 물론 전문위원들과 입법조사관들도 힘들어 한다”고 설명했다.
박주민 의원 역시 “법사위가 자체 상임위뿐 아니라 다른 상임위의 법안까지 봐야 해서 업무가 과중된다”며 “국회의원들 모두가 법에 대해 잘 알고 있지는 않다. 법률안을 붙잡아두는 것도 (법률안 그 자체가) 이해가 안 돼서 그러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이어 박 의원은 “(때문에 법사위에는) 초선보다는 다양한 상임위를 6개 정도 거친 재선이나 3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꾸리면 좋을 것 같다”며 “나 또한 초선이라 그런지 이해가 안 될 때도 종종 있다”고 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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