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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16. 용인시민신문]용인민주시민 아카데미 지상 중계] 헌법과 민주주의를 말하다

조유진 소장 2017. 6. 19. 14:23

지난 6월 1일 '헌법과 민주시민'강연 내용이 사진과 함께 용인시민신문에 나왔네요. <용인시민신문과 용인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 주최> 잘 써주신 용인시민신문에 감사드립니다.^^


http://www.yongin21.co.kr/news/articleView.html?idxno=54947


강의 주제 : 헌법과 민주주의를 말하다

민주공화국 권력 주체인 시민! 민주시민으로서 요구되는 자질과 소양을 키우고 삶 속에서 실천을 모색해보고자 마련한 <용인 민주시민교육 아카데미> 프로그램이 6주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본지는 각 분야 전문가들의 강연 내용을 매주 요약해 <지상중계> 방식으로 독자 여러분께 전달하고자 한다.

지난 6월 1일, 경기도박물관에서 열린 제1강은 <헌법 사용설명서> 저자로 유명한 조유진 <처음헌법연구소> 소장을 초청해 진행했다. 조 소장은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대통령비서실 행정관과 남궁석 의원 등 국회의원 보좌관을 역임했으며 국회정책연구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다양한 경력을 바탕으로 한 헌법강의는 오늘날 격변기를 거치고 있는 우리에게 커다란 길잡이가 되었다. 강연내용을 압축해 소개한다./ 편집자

 

우선 우리 현실에 대한 얘기부터 잠시 해 보겠다. 우리나라는 헌법교육을 안한다. 미국, 프랑스, 독일, 가까이 일본 등 선진국은 유치원 때부터 배운다. 어릴 때부터 기초적인 신체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 권리가 소중하다는 걸 가르친다. 독립된 인격체임을 제일 먼저 깨우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중‧고등학교 때도 안한다. 고교 때 <법과 정치>과목에서 조금 다룰 뿐이다. 선진국은 고교 때 ‘통치기구론’까지 한다. 그 상태로 평생을 산다. 지난번 모 청와대 수석이 ‘청와대에선 대통령이 법이다’라고 말했다. 그 소리 듣고 깜짝 놀랐다. 최고의 법 전문가조차도 그렇게 말한다. 헌법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가 있다면 그리 말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일련의 정치적 사태는 헌법에 대한 무지 또는 무시가 빚은 참사라고 말할 수 있다.

헌법의 기본개념과 탄생 배경

본격적인 얘기를 해보겠다. 헌법이란 국가의 조직과 국민의 권리를 규정한 최고규범이다. “권력의 분립과 권리의 보장이 이루어지지 않은 나라는 헌법을 가지고 있지 아니하다.”(1789년,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 명예혁명, 미국독립혁명, 프랑스혁명 과정에서 근대 입헌주의가 확립됐다.

그럼 우리 헌법의 탄생과정과 기본원리는 어떠한가. 1919년 3.1운동으로 상해임시정부 탄생했고 이어 1919년 4.11 대한민국 임시헌장을 채택했는데,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함” 이었다. 이는 1941년 대한민국 건국강령으로도 채택됐다.

1948년 제헌국회는 헌법기초위원회를 조직하여 곧바로 헌법제정 작업에 착수했다. 그해 6월 3일부터 ‘유진오 헌법초안’을 원안으로 토의를 진행한 결과 의원내각제와 양원제를 골격으로 하는 헌법초안이 완성됐다. 그러나 이승만과 미군정 당국이 대통령제를 주장함에 따라 대통령제(임기 4년, 1회 중임 가능)와 단원제국회 및 국무총리제를 채택한 제헌헌법이 완성되어 7월 17일 공포하기에 이른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의 의미

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여기에서 헌법의 근본이념으로서의 '민주주의'와 대한민국 주권의 소재, 대한민국 헌법의 기본원리로서의 국민주권주의(국민주권의 원리)를 확인하게 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공화주의에 대한 재조명이다. 단순히 왕이 없는 정치체제가 아니라 공화적 가치를 추구하는 정치체제를 말하는데, 공화주의는 국가가 특정 개인이나 세력의 전유물이 아니라 국가 사회 구성원 모두의 것이라고 전제가 있는 것이다. 특히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정치권력의 평등 뿐 만 아니라 경제력의 평등이 필요하다는 인식으로 나아가야 한다.

모든 국가권력의 원천은 국민이다. 따라서 국가권력을 대신하는 국가기관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실현을 위해 봉사해야 함이 헌법 정신이다. 헌법 제7조는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되어 있다. 통치구조가 존재하는 이유도 선험적 추상적인 국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것이다. 따라서 영화 <변호인>에서 배우 송강호가 외쳤던 “국가가 국민입니다!”는 정확히 헌법1조의 정신을 함축하고 있다. 국가와 국가기관은 국민에 앞서는 게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목숨을 걸고 쟁취해 온 기본권

지금은 당연해 보이지만 과거에 인류가 목숨을 걸어야 쟁취한 것들이다. 프랑스 인권선언은 헌법의 유지 및 만인의 행복에 기여하도록 하기 위하여, 인간의 자연적이고 양도불가능하고 신성불가침한 제권리를 선언한다고 밝히고 있다. 프랑스인권선언 제1조는 “인간은 법적으로 자유롭고 평등하게 태어나며 생존한다.”고 밝혔다. 자유권은 헌법의 각종 자유권적 기본권(신체의 자유, 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 직업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 등) 등이며, 평등권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포함한다. 헌법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에는 자유와 평등을 형식적으로 이해했다. 이후 자본주의 산업사회가 발전하면서 자유와 평등의 조건을 보장하는 ‘실질적 자유와 평등’이 강조되면서 사회국가원리와 사회적 기본권으로 발달해 왔다.

자유권적 기본권(자유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자. 자유는 타인을 해하지 않는 모든 것을 할 자유를 뜻한다. 1차적으로 국가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한다. 신체의 자유는 국가공권력에 의한 침해 가능성이 가장 높기 때문에 헌법에 비교적 상세히 규정하고 있으며 구체적 내용은 형사소송법에 규정하고 있다.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는 사회적 인내(똘레랑스)가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

사회적 기본권(사회권/생존권)은 1919년 독일 바이마르헌법에 처음 도입됐다. 자본주의 산업사회가 발전하면서 자유와 평등이 형식적으로 존재했다. 자유와 평등이 보장되는 실질적 조건을 마련하기 위하여 모든 국민의 생활 향상에 대한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이러한 국가의 도움을 받을 권리를 기본권의 일종으로 보장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의 법적 성격에 대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헌재결정(헌재 1995.7.21. 93헌가14)을 보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는 여타 사회적 기본권에 관한 헌법규범들의 이념적 목표를 제시하고 있는 동시에 국민이 인간적 생존의 최소한을 확보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재화를 국가에게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로부터는 인간의 존엄에 상응하는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질적인 생활’의 유지에 필요한 급부를 요구할 수 있는 구체적인 권리가 상황에 따라서는 직접 도출될 수 있다고 할 수 있어도, 동 기본권이 직접 그 이상의 급부를 내용으로 하는 구체적인 권리를 발생케 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구체적 권리는 국가가 재정형편 등 여러 가지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법률을 통하여 구체화될 때 비로소 인정되는 법률적 차원의 권리라고 할 것이다.”

즉, 헌법에 명시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법률에 근거가 있어야 급부를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입장이다.

개헌논의의 주요 쟁점

최근 국회개헌특위가 구성돼 활동하고 있다. 논의 내용을 보면 통치구조에선 대통령제, 의원내각제, 이원정부제가 논의되고 있다. 지방분권 역시 강조되는 부분이다. 지방분권 분야는 우리헌법에서 가장 낙후된 쪽으로 세계적 추세를 반영하여 우리도 지방분권 개헌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기본권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하다. 극심한 사회적 불평등,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 등에 대한 헌법적 대응이 전무한 상황이다. 군인, 경찰의 국가배상청구권 금지 등 독재시절의 잔재가 아직도 남아 있는 것도 고쳐야 한다. 30년 전에는 없었던 비정규직 문제, 사교육비 부담의 폭증 등에 대한 헌법차원의 국가목표를 명시할 필요가 있으며 비정규직 차별 철폐 위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명시해야 할 것이다.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개헌에 관해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국민이 함께 하는 개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4.19 직후 개정된 제2공화국 헌법에는 개헌안을 국민이 발안할 수 있는 길을 터놨으나 이후 없어졌다. 국민이 헌법제정 권력자인 만큼 단순 찬반이 아니라 개헌안 논의에 참여하고 나아가 발의까지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아이슬란드의 사례를 들어보겠다. 2010년 무작위로 뽑힌 950명의 시민이 헌법에 담길 핵심 가치들에 대해 논의했다. 또 직선으로 뽑힌 25명 시민이 헌법심의회를 구성,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을 통해 의견을 수렴해 헌법개정안 초안을 마련했다. 이 초안은 2012년 국민투표에서 67% 찬성을 얻었다.

사견을 전제로 개헌과제에 대해 말하겠다. 행정부 내의 대통령 견제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이것이 공화적 권력 운용이다. 5.16 군사쿠데타로 폐지된 국무원을 부활하고 국무회의 ‘심의’를 ‘의결’로 원상회복해야 한다. 국시조항에선 대한민국 임시정부 헌법의 법통을 계승해야 한다. 거기선 대한민국은 정치, 경제, 교육의 기회균등을 국시로 한다는 ‘삼균주의’를 담고 있다.

국회권한과 관련해선 3권분립의 원칙을 강화하고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극복해야한다. 예산은 법률의 형식으로 편성되어야 한다. 즉 예산법률주의로 전환해야 한다. 국회는 예산을 편성하고 심사해서 국회의 본래기능인 예산편성권을 회복해야 한다.

지방분권 역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지방분권을 중요한 헌법 원리로 명시해서 대한민국은 지방분권 국가임을 밝혀야 하며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수정해야 한다. 주민과 지방정부가 누리는 자치권은 헌법상의 권리로서 지방정부의 자주입법권, 자주재정권을 보장해야 한다. 국회가 지방정부의 조례에 저촉되는 법률안을 심의할 경우에는 당해 지방정부와 협의해야 한다.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 규제를 통해 교육의 기회균등 역시 실질화해야 한다. 국가는 공교육 정상화를 위하여 노력해야 하며, 사교육의 대상과 영업에 대해 규제를 가할 수 있도록 담아야 한다. 경제적 불평등과 관련, 경제민주화를 강화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모든 국민의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시키는 사회정의의 실현과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기함을 기본으로 한다. (제헌헌법 제84조. 기본소득의 헌법적 근거조항이 될 수 있다.) 영리목적 사기업에서 근로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이익의 분배에 균점할 권리가 있다. (제헌헌법 제18조)

마지막으로 헌법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합 번 강조하고자 한다. 오바마는 고별연설을 통해 “헌법은 놀랄만큼 아름다운 선물이지만 스스로는 아무 힘이 없는 양피지일 뿐, 힘은 국민에게 있다.”고 말했다. 헌법은 인간의 상상이 만들어낸 질서(imaginary order)이다. 말은 스스로를 실현하는 힘이 있다. 헌법은 우리가 지향하는 국가상, 국가목표를 제시한다. 헌법실현을 위한 주권자의 헌법의지가 중요하며, 헌법교육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모든 선진국이 초·중등학교에서부터 헌법교육을 중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유진 처음헌법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