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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바꾼 헌재판결] 2012년 ‘인터넷 본인확인제(실명제)’ 위헌 결정<조유진 처음헌법연구소장 기고>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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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바꾼 헌재판결] 2012년 ‘인터넷 본인확인제(실명제)’ 위헌 결정<조유진 처음헌법연구소장 기고>

조유진 소장 2017. 9. 1. 11:46

http://blog.naver.com/with_bubmusa/221032470992

 

대한민국을 바꾼 12가지 헌재판결 (6)
2012년 ‘인터넷 본인확인제(실명제)’ 위헌 결정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 로크리에서 새로운 법을 제안한 주민들은 목에 교수형밧줄을 걸고나와서 법안을 설명했는데, 만일 대중이 즉석에서 그 제안을 채택하지 않으면 당장 교수형을 당했다.” - 존스튜어트밀 『자유론』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 업로드를 거부한 이유는?


 1990년대 후반, 우리나라에 인터넷이 적극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이용자가 급속하게 증가하였다. 그러나 그에 비례해 인터넷상에서의 언어 폭력이나 명예훼손, 불법정보의 유통 등의 역기능도 증가하면서 사회문제가 되었다. 많은 전문가들은 그러한 역기능이 익명성에 의한 이용자의 자기점검 및 책임의식 결여에서 기인한다고 보았는데, 2005년경 인터넷상에서 개인의 신상정보 공개 및 언어폭력 등의 피해사례들이 잇달아 발생한 것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인터넷 실명제’ 도입논의가 시작되었다.

논의는 국회로 넘어가 마침내 2007년,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 개정되었고, ‘인터넷게시판 본인확인제(이하 ‘본인확인제’)’가 전격 도입된다. ‘인터넷 본인확인제’는 게시판을 설치·운영하는 일정 규모 이상(가입자 10만 명 이상)의 포털 등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게시판 이용자의 본인확인 조치의무를 부과하여 게시판 이용자가 본인확인절차를 거쳐야만 게시판을 이용할 수 있도록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본인확인제’는 모든 인터넷 서비스에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 규모 이상의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인터넷게시판 이용자에게만 본인 확인을 요한다는 점에서 ‘제한적 본인확인제’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 본인확인을 거친 이용자는 ID나 별명을 사용해서도게시물을 작성할 수 있기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실명제’와는 개념적으로 구별 된다고 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인터넷실명제’라는 표현으로 혼용되어왔다.

그런데 본인확인제가 시행되자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그 정점에 구글에서 운영하는 유튜브가 있었다. 2009년, 본인확인제 실시 대상으로 지정된 153개 업체에 유튜브가 포함되자 구글은 본인확인제를 거부하고 아예 한국에서 동영상 업로드를 금지시켜 버렸다. 또, 국내법의 적용을 받지않는 미국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이용하면 우리나라의 웹사이트에 들어가 댓글을 달 수 있어 본인확인제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주요 인터넷서비스업체의 개인정보 유출로 인해 본인확인제에 대한 비판여론도 높아져갔다. 이런 속에서 2010년 4월 13일,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본인확인 조치의무를 부과 받은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미디어전문지 『미디어오늘』)와 네티즌 손모 씨 등이 「정보통신망법」과 동법 시행령의 본인확인제 관련 규정의 위헌을 확인해 달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이에 정보통신운동단체 ‘진보네트워크’를 비롯해 인터넷 언론사들이 즉각적인 지지성명을 내는 등 헌재판결에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었다.



인터넷 본인확인제는 ‘익명 표현의 자유’를 침해 하는가?


  청구인들은 「정보통신망법」(2008.6.13. 법률 제9119호) 제44조의5제1항, 2항과 동 시행령 (2009.1.28. 대통령령 제21278호) 제29조 및 제 30조제1항에서 규정한 제한적 인터넷 본인확인제가 게시판이용자의 표현의 자유, 특히 익명 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인터넷언론사)의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있다고 주장하였다. 뿐만 아니라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본인 확인절차를 위하여 과다한 비용을 부담시키고, 그 절차의 불편으로 인한 게시판 이용자 수 감소로 영업상 불이익을 입게하는 등 직업수행의 자유 역시 침해하고있다고 보았다.

반면, 방송통신정책 주무부서인 방송통신위원회는 본인확인제가 인터넷 이용자로 하여금 게시판을 건전하고 안전한 인터넷 문화를 형성하고자 하는 것일 뿐, 실명 사용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익명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고, 게시판 이용자의 본인확인절차를 위한 것일 뿐 개인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것이 아니므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제한하지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2012. 8. 23.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에 대한 심판에서 위헌 결정을 내리며 청구인들의 손을 들어 주었다(2010헌마47, 2010헌마252 병합사건). 헌재는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3가지 쟁점에 대해 아래와같이 판단하였다.


1. 본인확인제는 게시판 이용자의 익명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21조 제1항에서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는 사상 또는 의견의 자유로운 표명(발표의 자유)과 그것을 전파할 자유(전달의 자유)를 의미하며, 그러한 의사의 ‘자유로운’ 표명 과 전파의 자유에는 자신의 신원을 누구에게도 밝히지 아니한채 익명 또는 가명으로 자신의 사상이나 견해를 표명하고 전파할 익명표현의 자유도 포함된다는 기존의 판단(헌재 2010.2.25. 2008헌마 324등)을 재확인 하였다. 즉, 본인확인제는 게시판 이용자가 게시판에 정보를 게시할 때 본인확인을 위하여 자신의 정보를 게시판 운영자에게 밝히지 않을 수 없도록 함으로써 표현의 자유 중 익명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판단하였다.

2. 본인확인제는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의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
 헌법재판소는 위와 같은 게시판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으로 말미암아 게시판 이용자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바탕으로 여론을 형성·전파하려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언론의 자유 역시 제한되는 결과가 발생한다고 보았다.

3. 본인확인제는 게시판 이용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
 헌법재판소는 본인확인제가 게시판 이용자가 자신의 개인정보에 대한 이용 및 보관에 관하여 스스로 결정할 권리인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고 판단했다. 「정보통신망법」 등 관련 규정에서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게시판 이용자의 본인확인정보를 수집하여 보관할 의무를 지우고 있는데, 본인 확인정보는 개인의 동일성을 식별할 수 있게 하는 정보로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보호대상이 되는 개인정보에 해당하고, 개인정보를 대상으로 한 조사·수집·보관·처리·이용 등의 행위는 모두 원칙적으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인터넷 본인확인제, 숨어 있는 5가지 위헌 요소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법령조항들이 표방하는 건전한 인터넷 문화의 조성 등 입법목적은 본인확인제가 아니라도 인터넷 주소 등의 추적 및 확인, 당해 정보의 삭제·임시조치, 손해배상, 형사처벌 등 인터넷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약하지 않는 다른 수단에 의해서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의 특성을 고려하지 아니한 채 본인확인제를 실시한 것은 △법령의 적용범위를 광범위하게 정하여 법 집행자에게 자의적인 집행의 여지를 부여하고, 목적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는 과도한 기본권 제한을 하고 있으므로 침해의 최소성이 인정되지 않으며, △게시판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사전에 제한하여 의사표현 자체를 위축시킴으로써 자유로운 여론의 형성을 방해하고, 본인확인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 정보통신망 상의 새로운 의사소통수단과 경쟁하여야 하는 종래의 게시판 운영자에게 업무상 불리한 제한을 가하는 등 위헌요소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따라 헌법재판소는 본인확인제를 규율하는 이 사건 법령조항들이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하여 인터넷게시판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및 인터넷게시판을 운영하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결정했다. 한편, 청구인들의 주장 가운데 ① 사생활의비밀과 자유가 침해되었다는 부분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에 대한 판단 속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 ② 인터넷게시판 이용자를 다른매체 이용자와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여 평등권이 침해되었다는 부분은 표현의 자유 침해에 따른 부수적인 침해행위로 별도의 판단이 필요 없다는 점, ③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보다 더 중요한 기본권인 언론의 자유에 대한 침해여부의 판단이 주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들어 별도로 판단하지 않았다.

청구인 가운데 일부는 본인확인제가 헌법이 금지하는 ‘사전검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본인확인제는 행정기관이 개입하여 사전에 발표내용을 통제하는 제도가 아니라는 점에서 사전검열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공직선거법」 등 개별법 상의 인터넷 실명제도 완전 폐지해야


헌재의 위헌결정이 내려지자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인터넷실명제는 인터넷 생태계를 왜곡시켰던 대표적인 갈라파고스 규제로 헌재 결정을 환영 한다”면서 헌재결정이 “인터넷산업의 발전을 가로 막는 다른 규제들에 대한 개선을 검토하는 계기가 되어야한다”고 논평했다.

정보인권 사회운동단체인 진보네트워크센터(진보넷)도 “정부와 국회는 게임 실명제 등 다른 법률에 산재해 있는 인터넷 실명제 또한 폐지하는 법 개정에 즉각 나서라”면서 인터넷 실명제 문제를 게임분야로 확산시키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게임 실명제는 「게임산업법」 상의 과몰입방지와 「청소년보호법」에 규정된 게임 셧다운제(새벽 0~6시에 16세 미만 청소년의 인터넷게임 접근을 강제 차단하는 법적 조치)와도 밀접한 관계에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2014.4.24. 게임 셧다운제에 대해 인터넷게임 제공자의 직업수행의 자유, 16세 미만 청소년의 일반적 행동자유권, 부모의 자녀교육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며 합헌 결정을 하였다(2011헌마659 등). 당시 위헌결정은 「공직선거법」 상의 실명인증제 폐지여론에도 더욱 불을 붙였다.

「공직선거법」 상 실명인증제는 선거운동기간 중에 인터넷 언론사가 당해 홈페이지 게시판 등에 정당·후보자에 대한 지지·반대의 정보를 게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경우 실명을 확인받도록 하는 기술적 조치를 해야하고,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를 말한다. 하지만 이 역시 2015.7.30. 합헌결정(2012헌마 734 등)이 내려졌다.

헌법재판소는 선거운동기간 중 인터넷언론사 게시판 등을 통한 흑색선전이나 허위사실이 유포될 경우, 언론사의 공신력과 지명도에 기초하여 광범위하고 신속한 정보의 왜곡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실명확인조항은 이러한 인터넷언론사를 통한 정보의 특성과 우리나라 선거 문화의 현실 등을 고려하여 입법된 것으로 선거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부득이하다고 보았다. 또, 「공직선거법」 상의 실명확인조항은 충분히 제한적으로 운용되도록 설계되어 있어서 게시판 이용자의 정치적 익명표현의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및 인터넷언론사의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언론자유에 관한 비정부기구인 ‘프리덤하우스’ 와 ‘국경없는 기자회’는 한국의 온라인상 표현의 자유 제한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입장이다. ‘국경 없는 기자회’가 밝힌 우리나라의 언론자유지수는 세계 63위로 자유민주주의 국가들 가운데에서는 낮은 편에 속한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채택하고 있는 선진국들은 한결같이 익명표현의 자유를 강조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의회가 작성한 「온라인 서비스와 데이터보호법(Data Protection Law and on-line services : regulatory responses)」에 의하면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 대금결제를 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익명성을 개인정보보호의 핵심권리로 인정하고 있다.

벨기에나 프랑스, 독일, 영국 등에서는 온라인상에서 익명 또는 가명의 사용을 오히려 권장하기까지 한다. 미국에서도 1996년, 조지아주가 실명을 밝히지 않으면 정보를 전송할 수 없도록하는 「인터넷사찰법」을 추진하였지만, 연방 대법원이 위헌판결을 내렸다. 이후미국은 익명으로 표현할 권리를 「수정헌법」 제1조에 의거해 강력히 보호하고 있다.

지난 5월 9일, 제19대 대통령선거를 통해 선출된 문재인 대통령은 인터넷 실명제를 폐지하여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공직선거법」, 「게임산업법」 등의 개별법에 명시된 인터넷 실명제 규정을 완전히 없애겠다는 것이다. 이에 정보통신관련자들과 네티즌들은 새 정부가 온라인상의 표현의 자유에 대해 보다 전향적인 태도를 취함으로써 표현의 자유가 한층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글 / 조유진 처음헌법연구소장

[출처] [대한민국을 바꾼 헌재판결] 2012년 ‘인터넷 본인확인제(실명제)’ 위헌 결정|작성자 대한법무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