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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바꾼 헌재판결] 2010년 ‘미네르바 사건’(「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제1항) 위헌 결정<조유진 처음헌법연구소장 기고> 본문
[대한민국을 바꾼 헌재판결] 2010년 ‘미네르바 사건’(「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제1항) 위헌 결정<조유진 처음헌법연구소장 기고>
조유진 소장 2017. 6. 15. 13:21http://blog.naver.com/with_bubmusa/220956866315
2010년 ‘미네르바 사건’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제1항) 위헌 결정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 무렵이 되어야 날아 오른다.” - 헤겔
인터넷 경제대통령 ‘미네르바’, 허위사실 유포혐의로 구속·기소
미네르바는 로마신화의 주신(主神) 주피터의 딸이다. 그녀의 어머니 메티스가 미네르바를 임신했을 때, 주피터는 장차 자식이 자기를 능가하여 우주를 지배하게 될 것이라는 예언을 상기하고 메티스를 통째로 삼켰다. 메티스는 주피터의 배 속에 갇힌 채로 장차 태어날 미네르바를 위해 무기와 갑옷을 만들었다. 이 때문에 주피터는 참을 수 없는 두통에 시달려야 했다. 하는 수 없이 대장간의 신 불칸이 주피터의 머리를 쪼개 주었는데 그 순간 갈라진 머리 틈 사이로 미네르바가 태어났다.
2008년 네티즌들로부터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며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과 국내 외환보유고 감소, 하반기 원-달러 환율 급등 등을 정확히 ‘예측’하여 센세이션을 몰고 왔던 필명 ‘미네르바’ 박대성 씨도 당시 정부와 경제계의 머리를 아프게 했다. 인터넷포털 다음 아고라의 경제토론방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논객 박 씨는 2008년 7월 30일, 경제토론방에 「드디어 외환보유고가 터지는구나」라는 제목으로 “외환 예산 환전업무 8월 1일부로 전면 중단 … 드디어 일이 터지는구나 … 외환 보유고 문제없다고 말로만 떠들어 대는데 … 이제야 … 시한폭탄 핵 잠수함이 서서히 수면 위로 부상하는구나 … 지금 외국 애들 전화하고 난리가 났는데 … 도대체 뭔 생각으로 이러는 건지…”라는 글을 올린다.
그리고 같은 해 12월 29일에는 「대정부 긴급 공문 발송 -1보」라는 제목으로 “2008.12.29. 오후 2시 30분 이후 주요 7대 금융기관및 수출입 관련 주요 기업에게 달러 매수를 금지할 것을 긴급 공문 전송. -정부 긴급명령 1호- 중요 세부사항은 각 회사별 자금관리 운영팀에 문의 바람. 세부적인 스팩은 법적 문제상 공개적으로 말할 수 없음. 단 한시적인 기간 내의 정부업무 명령인 것으로 제한한다. ”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이 글이 올라가자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유포되면서 여론이 술렁인다. 기획재정부는 박 씨의 글내용이 사실무근이라며 보도자료를 배포한다. 검찰도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수사에 착수해 박 씨의 신원을 확인하고, 정부의 환율정책 수행을 방해하고 국가의 대외 신인도를 저하시키는 등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 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하였다는 이유(「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하기에 이른다.
미네르바, “표현의 자유 침해당했다” 헌법소원 제기
경찰의 수사에 의해 미네르바의 신원이 드러나자 평소 그의 글을 추종하던 사람들은 큰 충격에 휩싸인다. 그의 글이 가지는 전문성과 예측 적중률 등을 볼 때 금융계통에서 일하는 중견 엘리트일 것이라고 추측했던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미네르바는 전문대학에서 전파통신을 전공한 30대 초반의 전직 인테리어 업자라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러자 세간에는 미네르바가 가짜라는 소문이 퍼졌고, 박 씨가 500건이 넘는 경제관련 글을 썼을 리가 없다는 의혹까지 제기되었다. 그러나 박 씨가 검찰의 요청에 따라 A4지 두 장 분량의 ‘2009년 한국경제 전망’ 보고서를 45분 만에 작성하였고, IP 추적 결과 ‘미네르바’라는 필명의 글들은 모두 박 씨의 컴퓨터에서 작성된 것임이 확인되었다.
박 씨는 독학으로 쌓은 경제학 지식을 바탕으로 경제지와 인터넷을 통해 접한 다양한 정보를 활용하여 논객 활동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리먼 브러더스 파산도 박 씨가 처음 예측한 것은 아니고 이미 인터넷에 공개된 예측기사를 토대로 그 가능성을 대중들에게 부각시킨 것에 불과했다.
박 씨는 검찰로부터 징역 1년 6개월 형을 구형 받았지만,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8고단304). 박 씨 행위가 ‘공익을 해할 목적’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한편, 박 씨는 1심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문제가 된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에 대하여 죄형 법정주의 위반, 표현의 자유 침해 등의 이유로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박 씨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하였다.
헌법재판소는 미네르바의 손을 들어 주었다.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이 표현의 자유와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고 보고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이다(2010.12.28. 2008헌바157). 이 결정으로 동 조항은 즉시 효력을 상실했다. 박대성 씨에 대한 검찰 항소도 취하되어 무죄가 확정되었다. 한편, 동 조항은 2015년 12월 22일 국회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삭제되었다.
1. 미네르바측 _ ‘허위의 통신’과 ‘공익’ 개념,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
박 씨는 인터넷상의 표현행위에 대한 규제는 이미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규제만으로도 충분한 상태이며, 지나치게 엄격한 진실의 요구는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진정한 자유와 창의·토론문화를 위축시킨다고 주장했다. 한편, 법문상의 ‘허위의 통신’은 연혁적으로나 관련 법규상으로나 ‘허위명의의 통신’을 의미하는 것임에도 이를 허위사실을 내용으로 하는 통신으로 해석하는 것은 법조문의 불명확성에 기인한 것이며, ‘공익’ 개념 역시 추상적인 것으로서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공공복리’ 개념의 동어반복일 뿐, 전혀 구체화되어 있지 아니하여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2. 법무부장관 _ 허위사실은 표현의 자유에 의해 보호되지 않는다!
청구인인 박대성 씨 측의 주장에 대하여 법무부 장관은 우리나라 법률 가운데 ‘공익’이라는 용어가 사용된 법률은 총 315개, 조문 단위로는 총 823조문에 이를 정도로 널리 사용되어 온 개념이라면서 ‘공익을 해할 목적’이란 ‘전기통신의 영향력을 이용하여 정당한 사회 질서를 혼란·교란하려는 목적’을 의미함을 일반인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리고 ‘허위의 통신’은 그 사전적 의미나 이 사건 법률조항과 기타 관련규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허위의 사실에 대한 통신'을 의미하며 표현의 자유에 의하여 보호되는 표현은 진실인 경우와 진실 여부가 밝혀지지 아니한 것만 해당되며 허위사실은 표현의 자유에 의하여 보호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3. 헌법재판소 _ 표현의 자유에서 요구하는 명확성 위배, 위헌이다!
두 입장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헌법재판소는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은 위헌이라고 결정한다. 먼저 이 사건 법률조항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입법이며, 동시에 형벌조항에 해당하므로, 엄격한 의미의 명확성 원칙이 적용된다고 하였다.
그런데 「전기통신기본법」의 해당 조항에 명시된 ‘공익’은 형벌조항의 구성요건으로서 구체적인 표지를 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헌법상 기본권 제한에 필요한 최소한의 요건(「헌법」 제37조 제2항) 또는 헌법상 언론·출판의 자유의 한계(「헌법」 제21조 제4항)를 그대로 법률에 옮겨 놓은 것에 불과할 정도로 그 의미가 불명확하고 추상적이라는 것이다.
어떠한 표현행위가 공익을 해하는 것인지, 아닌지에 관한 판단은 사람마다 가치관, 윤리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으며, 특히 다원적이고 가치 상대적인 사회에서 어떤 사안에 대한 공익은 하나로 수렴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공익을 해 할 목적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공익 간 형량의 결과가 언제나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도 아니라고 밝혔다.
결국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표현의 자유에서 요구하는 명확성의 요청 및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였다. 또, 헌법재판소는 주로 ‘공익을 해할 목적’을 중심에 놓고 위헌성 여부를 판단하였다. 그런데 재판관 4인의 보충의견에서는 ‘허위의 통신’ 부분도 그 의미가 불명확하여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을 지적하였다. 여기에는 「전기통신기본법」이 1961년 제정된 이후 약 40년 동안 문제의 조항이 사실상 사문화되어 있다가 근래에 와서 적용되기 시작했다는 점이 작용하였다.
즉 「전기통신기본법」이 처음 만들어질 당시인 60년대 초반은 전화나 전신이 주요 통신수단이었고, 오늘날과 같은 인터넷을 통한 다중간의 쌍방향 멀티미디어 통신은 상상도 못 하던 시절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법도 주로 통신시설의 기준, 운영, 관리와 같은 기술적 사항을 규정하였고, 입법 목적도 ‘전기통신의 이용의 공평과 역무의 적정 및 합리화를 기하여 공공의 복지를 증진’(구 「전기통 신기본법」 제1조)하는 데 있었다. 이러한 점을 감안 할 때 이 법률조항의 입법 취지는 ‘허위 명의를 이용한 통신’을 규제하기 위한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허위의 통신’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보충의견은 논리적으로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형법」 상 명예훼손죄의 경우와 비교해 보자. 허위사실로 명예훼손을 하는 경우, 「형법」은 ‘허위의 명예훼손’이라고 하지 않고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라고 엄격하게 정의하고 있다(「형법」 제307조 제2항). 명확성의 원칙을 준수하고 있는 것이다.
‘허위의 통신’이 본래 ‘허위명의에 의한 통신’을 규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은 “자기 또는 타인에게 이익을 주거나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를 처벌하는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2항을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여기에서 만약 ‘허위의 통신’이 ‘허위사실의 통신’ 을 의미한다고 본다면, 이는 「헌법」 상 표현의 자유는 물론 통신의 자유까지도 사실상 무의미하게 만들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재판관 5인의 또다른 보충의견에서는 ‘허위사실의 표현’도 표현의 자유의 보호영역에는 해당하되, 다만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제한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그 논거로는 ‘허위사실’이라는 것이 언제나 명백한 관념은 아니고, 어떠한 표현에서 ‘의견’과 ‘사실’을 구별하거나 객관적인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는 것도 어려우며, 현재는 거짓인 것으로 인식되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 그 판단이 뒤바뀌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 등 ‘허위사실의 표현’임을 판단하는 과정에는 여러 가지 난제가 뒤따른다는 것이다.
나아가 객관적으로 명백한 허위사실의 표현임이 인정되는 때에도, 그와 같은 표현이 언제나 타인의 명예·권리를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거나, 공중도덕과 사회윤리를 침해한다고 볼 수는 없으며, 행위자의 인격 발현이나 행복추구, 국민주권의 실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라 단언하기도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나치의 인종말살도 “공익”이란 미명하에 자행
사실 모든 법은 공익적 목적을 띠고 있다. 그러나 공익은 워낙 포괄적 개념이므로 그 귀속 주체가 불분명하며 항상 다양한 이해관계의 상충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공익이라는 용어를 법률에서 사용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특히 그것이 국가 형벌권과 관련되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형벌 규정은 죄형법정주의의 요청인 명확성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나치 독일의 인종말살도 ‘공공의 이익’이라는 미명하에 자행되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미네르바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바로 이러한 점에 경종을 울렸다고 할 수 있다.
표현의 자유는 헌법의 핵심가치 중 하나이다. 헌법의 핵심가치를 개별 법률에서 ‘공익’이라는 애매한 잣대로 재단하려는 시도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이 사건의 역사적 의미가 있다 하겠다.
만약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에서 청구인의 신청을 기각했다면 이후 표현의 자유는 급격히 위축되었을 것이다. ‘자기검열’이 일상화되었을 것이고 국가적·사회적 현안에 대한 공개적 의견표명은 언제든지 법적 제재의 대상이 될 위험에 노출되었을 것이다. 다행히 헌법재판소는 문제가 된 법 조항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내림으로써 인권의 최후 보루이자 헌법가치의 수호자로서 제 역할을 해냈다고 평가받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자기에게 비판적인 매체를 ‘가짜뉴스’라고 불러 화제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올해 대선을 앞두고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어느 유력 대선주자는 불출마선언을 하면서 ‘가짜뉴스’에 시달렸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허위사실도 표현의 자유 보호영역에 속하는지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다. 그러나 허위사실이라고 해서 일률적으로 표현의 자유 보호영역에서 제외하기보다는, 보호영역은 폭넓게 인정하되 명백한 허위사실의 경우 기본권 제한의 일반원칙에 의해 규율함으로써 기본권에 대한 침해를 가급적 최소화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일 것이다.
오직 진실한 사실에 대해서만 표현의 자유를 인정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진실의 자유’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진실의 자유’는 진실에 접근할 힘과 권한이 없는 사람에게는 ‘침묵의 자유’가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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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조유진 (처음헌법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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